조심과 불신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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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조를 꿈꾸는 미운오리 세상을 날다
여행의 단상

조심과 불신의 균형

by 백조를 꿈꾸는 미운오리 2022.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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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줄을 놓아버렸다는 말이 정확하다.

파리에서의 첫날,, 그토록 보고 싶었던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았다. 오랑주리 미술관을 둘러본 후 뭉클한 가슴을 부여잡으며 센 강을 따라 걸었다. 어릴 적 만화영화에서 보았던 기본 백 살은 넘어 보이는 유럽식 건물들은 신기함 그 이상이었다. 부산스럽지 않으면서 화려한 건물들과 파리 도시 자체가 풍기는 예술적 분위기에 취해 감성은 부풀어 올랐다. 감동을 같이 나눌 누군가가 없었기에 오롯이 벅찬 감동을 혼자 감내하느라 나는 꽤나 흥분했다. 혼자 센 강변을 걸으며 황홀한 기분에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파리의 감성을 온전히 느끼는 것에만 집중한 시간이었다. 오르세 미술관에 다다랐을 때 여권이 없어진 것을 알기 전 까지는 더할 나위 없었다.

유럽에는 소매치기가 많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음에도 나는 그것을 잊고 있었다. 어느 나라를 가든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기 마련인데 한 번도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은 나로서는 엄마의 흔한 잔소리쯤으로 흘려들었다. 여권분실의 한바탕 소동 후 여행 내내 나는 긴장했고 첫날 만끽했던 여유와 흥분을 그 후론 느끼지 못했다.

인도 타지마할은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장권 가격이 열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스무 배 이상 비싸다 해도 봐야 할 것은 봐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표를 사고 들어가려는데 인도소년이 비닐봉지를 흔들며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불렀다. 비닐봉지 속에는 무엇인지 짐작할 수 없는 빨간색 물건과 생수 한 병이 들어 있었다. 여행 중반쯤이라 인도인들의 기이하고 다양한 방식의 사기 행각을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당연하게 무시하고 입장했다. 정원을 지나 대리석으로 깔린 궁전 같은 무덤을 올라가려는데 사람들이 신발 위에 덧신을 신고 있었다. 인도소년이 팔을 저으며 호객했던 정체모를 빨간색 덧신. ‘덧신을 파는 아이였구나이미 들어왔으니 어쩔 수 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덧신을 쿨하게 신고 입장했다. 그날 밤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알게 되었다. 외국인에게는 입장권을 사면 무료 생수 한 병과 덧신을 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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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느라 한껏 웅크린 몸은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했다. 긴장으로 굳어진 몸은 감정까지 지배하여 보고, 느끼는 것들을 방해했다. 배신에 대한 상처는 마음을 닫게 만들었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굳게 문을 걸고 진실로 두드리는 노크소리마저 듣지 못하게 되었다.

너무 긴장하면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의심만 하면 호의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다. 위태와 아슬을 넘나들며 적당한 조심과 삭막하지 않을 만큼의 의심의 균형을 잡는 것이 인생이고,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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